Art

길고양이의 반짝이는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작가 진소라

<hey, art!>는 반려동물을 주제로 예술 작품을 만드는 예술인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예술인이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반려동물을 초상화를 그리는 당신,
반려동물을 주인공으로 인형을 만드는 여러분들이 바로 의 주인공인 예술인입니다.

WRITER 진소라

안녕하세요. 고양이 사진작가 진소라입니다.저는 길고양이의 반짝이는 순간을 포착하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어요. 3년 전 어느 봄날, 동네 고양이 뽀또를 우연히 집 앞 화단에서 마주쳐 사진을 찍게 된 것을 계기로 고양이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동물을 무서워하는 편이었고, 반려동물을 기른 적은 없습니다.

1 묘생 첫눈(2020).
2 집고양이가 된 뽀또와 오레오(2021).
3 나른한 봄날(2022)
4 <숨은 냥이 찾기>책표지.
5 미끄럼틀 타는 고양이(2020).
6 타고난 사랑꾼(2020).
7 우산 속에서 피어나는 자매애(2020).

그런데 느닷없이 길고양이가 제 시선에 들어온 것은 아마도 당시 저의 상황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대학 졸업 후, 난치병에 걸려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시절이었거든요. 공부하려, 취업준비 하려, 바쁘게만 살다 갑자기 찾아온 인생의 공백기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넘어진 김에 쉬다 가자’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니 심적으로 여유가 생겼어요. 그래서 모든 걸 내려놓은 채 걷기 운동도 할 겸 매일 동네 고양이 뽀또와 뽀또의 가족들을 만나러 갔어요.

봄에서 가을로, 동네 고양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하루하루 쌓일수록 놀라운 변화가 생겼어요. 놀란 토끼 눈을 하고 달아나기 일쑤였던 고양이들이 서서히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죠. 서로 코인사를 나누며 애정을 전하고, 때때로 싸우며 장난치고,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모습들…. 길고양이에게도 그토록 다채롭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어요. 길고양이로 살아가는 건 굉장히 고단하겠지만 그들에게도 환히 빛나는 순간이 있다는 게 경이로웠어요. 그러면서 내 인생도 어둡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는 것을, 밝게 웃던 날도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어요. 고양이들이 저에게 주는 작은 위로와 행복감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쌓아 올렸는데,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공감해 주고 계세요.

재작년 여름, 이사를 오며 뽀또와 뽀또의 아들 고양이를 구조해 입양했어요. 평생을 험난한 길에서 살아온 고양이들이 어느새 사람에게 마음을 활짝 열어젖히고, 애교로 똘똘 뭉친 응석받이가 된 걸 보면 감격스러워요. 어떤 고양이든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사랑을 품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카메라가 없었다면 고양이들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반짝이는 순간은 언제나 눈 깜짝할 새 지나가 버리기 마련이니까요. 저의 사진이 작은 울림이 되어 애정 어린 시선으로 길고양이를 바라보는 분들이 많아 지길 바라며 꾸준히 사진작업을 해 나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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