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깽이 대란과 고양이 납치범

WRITER 이은지(heymari EDITOR in CHEIF)

이 지나면 이른바 아깽이 대란이 찾아온다. 고양이의 발정기인 4~6월이 되면 길고양이들의 새끼들이 태어나는데, 이것을 아깽이 대란이라고 부른다. 동물과 관련된 TV 프로그램을 보면 종종 평소 자신이 돌봐주던 고양이가 집으로 들어와 새끼를 낳고 갔다는 사연을 듣기도 하고, 주차장, 혹은 창고 등에서 새끼를 낳았다는 제보가 이어지기도 한다. 이 시기에 어미 고양이들은 자신이 생각한 가장 안전한 장소에서 새끼를 낳고, 그 새끼가 독립할 때까지 양육을 한다. 조금이라도 불안한 낌새를 느끼면 거처를 옮기는 ‘이소’를 하기도 하고, 그곳에서 독립까지 진행하기도 한다.

늦은 저녁, 인적이 드문 곳에서 ‘삐약’거리며 우는 새끼 고양이의 울음 소리를 들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신기한 마음, 혹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새끼 고양이이의 울음 소리를 따라가 보기도 한다. 그곳에는 홀로 남아 연신 입을 벌리며 우는 새끼 고양이를 마주할 수 있다. 여기서 어떤 사람은 뜻하지 않게 고양이 납치범이 된다. 홀로 남은 새끼 고양이를 데려와 키우는 행위를 ‘냥줍’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혹은 도움을 주고자 한 ‘냥줍’이 납치가 될 수 있다. 인적이 드문 시간을 틈타 어미 고양이는 먹이를 찾아 돌아다닌다. 그 사이 사람이 나타나 ‘냥줍’을 한다면, 어미 고양이는 자신의 새끼를 납치당한 꼴이 된다. 물론 의도적으로 어미와 새끼를 갈라 놓기 위해 납치를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구조가 될 수 있기에 무작정 ‘냥줍’을 하기보다는 몇 가지 살펴보기를 권유하고 싶다. 새끼 고양이를 살펴보기 전에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절대로 맨손으로 직접 만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미 고양이가 사냥 후 돌아왔는데, 자신의 새끼에게 낯선 냄새가 난다면, 더 이상 양육을 하지 않고 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먼저, 새끼 고양이의 행색을 살펴보자. 눈이나 항문 등 전체적으로 깨끗하다면 현재 어미의 살뜰한 보살핌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새끼 고양이는 스스로 배변 활동을 하지 못해 유도 배변을 해야 하고, 스스로 그루밍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어미 고양이가 이 모든 것을 도와주는데, 행색이 깨끗하다면 어미가 보살피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그 후엔 하루, 혹은 이틀정도 새끼 고양이를 지켜만 보자. 이 정도 시간이 흘렀음에도 어미 고양이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버려졌을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따뜻한 4~6월이라고 해도 체온 조절 능력이 없는 새끼 고양이가 이틀 이상 홀로 방치된다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그때는 망설이지 말고 구조를 한 후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병원을 찾는 것을 추천한다. 버려진 새끼 고양이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어미 고양이는 보통 3~5마리정도의 새끼를 낳는데, 모두 양육하기 힘들 경우, 건강한 새끼들을 우선적으로 보살핀다. 태어났을 때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버려졌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간단한 검진을 받는다면 위험한 고비를 넘길 수 있다. 무분별한 냥줍은 납치가 될 수 있지만, 세심한 냥줍은 작고 소중한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그 무엇보다 귀중하고 따뜻한 손길이 될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일 아깽이 대란에 도움을 주고 싶다면, 현명한 냥줍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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