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동물 판매 금지법 ‘루시 법’의 시작
출처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WRITER 김지원


혹시 영국의 ‘루시 법’을 아시나요? 창간호였던 1월호에서 ‘루시 법’에 대해 다룬 적이 있어 <헤이마리>와 함께 해온 독자분이시라면 기억하실 수도 있으실 텐데요. 이번에는 이 같은 ‘루시 법’이 생겨난 배경에 대해 들려 드리려고 합니다. 강아지 공장과 펫숍은 동물 복지 관련 논의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표적인 이슈 중 하나입니다. 최근 들어 동물 매매를 금지하는 국가들이 늘어가는 가운데 영국 역시 관련 법들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루시 법’ 입니다. ‘루시 법’은 동물 판매에 관한 동물복지법입니다.
제3자에 의한 동물 판매 금지를 골자로 하는 ‘루시 법’ 제정 움직임은 영국 동물보호단체인 펍 에이드(Pup Aid)의 설립자이자 유명 수의사 마크 아브라함(Marc Abraham)에 의해 2017년 12월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동물보호단체의 캠페인과 국민 의견 수렴 조사 등을 거쳐 2018년 8월 잉글랜드 정부는 ‘루시 법’ 제정을 공포하였고 2019년 5월 의회에 상정, 2020년 4월 6일 발효를 발표했습니다.
‘루시 법’의 시작은 번식장에서 구조된 루시라는 강아지를 기리기 위해서였죠. 킹 찰스 스패니얼 종인 루시는 흔히 배터리 독(배터리처럼 계속 충전해서 새끼만 낳는 용도의 번식견을 의미)이라 불리는 번식견으로 강아지 공장의 희생견이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5년 넘게 출산을 반복하던 중 2013년 리사 가너(Lisa Garner)라는 여성에 의해 구조·입양되었고, 201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강아지 공장 반대 캠페인의 상징과도 같았습니다.
루시를 입양한 리사 가너는 SNS를 통해 루시의 상황과 강아지 공장의 심각성을 알렸습니다. 루시와 같은 또 다른 희생견을 막기 위한 ‘루시 법’의 내용은 인간의 이윤 추구를 위한 동물의 희생을 방지하고자 하는 동물 복지적 관점에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강아지 공장을 반대하는 동물권 운동가들은 제3자에 의한 반려동물 판매가 어린 새끼들로 하여금 엄마와 너무 이른 시기에 분리되면서 트라우마, 질병 발생 가능성 및 사회성 부족 등을 야기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난 새끼들은 모견과 충분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 못함으로써 사회성 발전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며,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유전적 질환을 가지고 태어나거나 면역력이 떨어져서 파보 바이러스와 같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에 쉽게 감염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강아지의 생애 내내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으며, 수명을 단축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 꼭 기억해 주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