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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상처를 달콤함으로 치유하는 펫크리에이터 모리

반려동물의 상처를
달콤함으로 치유하는,
펫크리에이터 모리

도넛을 끼고 있는 그림 속 주인공이자, 저의 반려견 ‘포레’의 이야기는 제 작품을 설명드릴 때 빠질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철사에 입이 꽁꽁 묶인 채 시장바닥을 떠돌던 한 유기견. 구조 후 괴사된 입 주변의 살을 제거하는 치료를 받은 유기견은 다행히 한 가정에 입양되어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괴사된 살점을 제거한 탓에 이빨이 고스란히 노출 된 포레에게 겨울은 유독 시릴 것입니다. 잘린 혓바닥도 그날의 아픔을 쉽사리 잊지 않게 하죠. 하지만 그 잘린 혓바닥 모양이 마치 저에겐 하트모양을 연상시켰습니다.

과거의 아픔이 비춰지는 그 작은 공허함을 저는 사랑으로 채워주고 싶었습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학대의 기억을 달콤하고 행복한 기억으로 바꿔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때 도넛이 등장하는데, 관객분들은 “작가님, 도넛을 좋아하세요?”라고 자주 물어보시지만 사실 그것보단 입에 낄 수 있는 부드럽고 달콤한 무언가가 필요했답니다. 다행히 작가인 저도 도넛을 무척 좋아해 포레는 항상 도넛을 끼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상처를 가릴 수 있고 또 배고플 때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앞으로의 달콤한 삶을 의미하는 도넛은 ‘희망’을 뜻합니다. 도넛과 같이 그림 속 반려동물들이 끼고 다니는 디저트(식빵, 크림 등)들은 모두 각자의 희망을 뜻해요. 각종 희망을 끼고 다니는 친구들에게 ‘푸디펫’이란 그룹명을 붙여주었습니다.

저는 일상 속에서도 영감을 얻고는 하는데 럭키포레 작품도 인형 뽑기 기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작업한 작품입니다. 희망을 뜻하는 도넛들 속에서 도넛을 끼고 올라가고 있는 포레는 이제 막 입양이 되어 위로 올라가고 있어요. 제목처럼 수많은 유기동물들 사이에서 선택되어 입양된다는 건 굉장히 운이 좋은 일인데요, 도넛 속에 파묻힌 수많은 유기동물들도 언젠가 꼭 제 희망을 찾길 바라며 작업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포레 작품도 유기동물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이 작품 속 포레는 토끼 해를 맞이하여 이상한 나라의 토끼가 되어 동화 속을 여행하고 있어요. 작품 속 도넛을 찾은 포레는 입양 후 행복한 삶을 살아갑니다. 유기동물이란 무겁고 어두운 주제를 오히려 밝고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을 더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 작품 속에는 언제나 예쁘고, 밝고, 긍정적인 것들이 가득합니다.

제 작품처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반려동물들에게 생에 한 번쯤은 달콤한 도넛이 주어지길 바라요. 그러기 위해서는 저의 작품이 사람들로 하여금 흔쾌히 도넛을 건넬 수 있는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와 포레는 오늘도 그림 속을 여행합니다. 친구들에게 각종 희망을 선물하며 여행하는 포레와 희망을 선물 받은 친구들의 행복한 모습이 사람들에게 닿아 또 다른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H에서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혹은 반려인인 관객분들과 직접 만나서 반려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어요. 그동안은 동물권 협회에서 일을 하며 많은 반려동물들의 이야기를 접해왔는데요, 작년부터는 관객분들이 함께하고 계시는 반려동물들에게서 앞으로 탄생할 푸디펫 멤버들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얻고 있습니다. 코엑스 영상전시 같은 경우는 캔버스를 벗어나 대형 전광판을 통해 2D이미지가 아닌 무빙이미지로 관객분들을 만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펫크리에이터’로 제 자신을 소개하는 이유도, 반려동물을 주제로 회화작품 뿐만 아니라 영상, 음악, 저술 등 다양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영상으로 만든 푸디펫 친구들의 움직임을 대형 전광판을 통해 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언젠가 푸디펫으로 애니메이션 작업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어렴풋이 상상을 해보곤 하는데, 코엑스 전시를 통해 그 가능성을 본 것 같아 무척 설레었던 전시였습니다.

지금은 푸디펫 멤버들의 이야기를 모아 어린이들과 성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동화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 들어갈 이미지를 그리는 작업에 당분간은 집중할 예정이에요. 유기견의 이야기를 담아 작사한 음원도 곧 발매가 될 예정입니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반려동물들에게 행해지는 안타까운 일들이 많아요. 그 이야기들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또 이에 대해 재고해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저와 푸디펫의 역할이자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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