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국경의 수호견 – “마약 탐지견”의 A부터 Z까지!

EDITOR 서유빈

전국의 공항과 항만, 세관 등에서 사람에 비해 40배나 많은 후각세포로 관세 국경을 지키는 수호견이 있습니다. 바로 바닷길과 하늘길을 따라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물품 중 은밀한 곳에 숨겨 반입하는 마약류를 적발 및 탐지하는 “마약 탐지견”인데요. 우리나라는 88 서울 올림픽 개최 당시 테러 방지를 위한 1987년 폭발물 탐지견의 도입을 시작으로, 1990년 1월부터 김포공항을 비롯한 전국의 주요 공항과 항만에 마약 탐지견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탐지견의 주요 업무는 진행된 수많은 훈련을 바탕으로 직접 현장에서 마약의 밀반입을 적발해내는 것입니다.

언론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마약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을 만큼 ‘마약 청정지대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옛말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마약 탐지견들은 2020년 기준 한 해 평균 150건의 마약류 반입을 적발했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이 마약 탐지견들의 훈련과정, 그리고 은퇴 이후의 삶은 어떻게 될까요?

수많은 마약 탐지견들이 배출되는 곳은 관세청 산하에 있는 탐지견 훈련센터로, 이곳은 마약 탐지견의 번식과 양육, 훈련, 관리 등의 전반적인 과정이 모두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우선, 우수탐지견을 선정하여 교배하고, 출산과 양육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철저하게 위생과 건강을 관리하게 됩니다.

그 후 생후 4개월이 지나면 첫 번째 훈련인 ‘자견훈련’이 약 8개월간 진행됩니다. 이때 낯선 소리에 익숙해지는 소리 사회화 교육과 더불어 체력 및 사회성을 기르는 훈련들도 받게 되지만, 역시 어린 예비 탐지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입니다. 이 과정을 무사히 마친 훈련견들은 16주간의 정규훈련 과정에 돌입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훈련견들은 핸들러와 한 팀을 이루어 실제 항공이나 물류센터를 그대로 재현한 환경에서 다양한 훈련을 거칩니다. 마약의 냄새에 익숙해지기 위한 냄새 기억 훈련과 핸들러와의 친밀도 향상을 위한 친화 및 기본 복종훈련을 시작으로 마약 냄새를 확실히 인지한 훈련견들은 실제 마약을 찾음으로써 마약 탐지 능력을 키워나갑니다. 그리고 공항의 입국장과 똑같은 구조로 만든 항공 훈련장에서 컨베이어 벨트 및 대인탐지 훈련도 무사히 통과하고 나면 더 이상 훈련견이 아닌 진정한 마약 탐지견으로서 임명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와 우리나라를 위해 활약한 마약 탐지견들은 훈련과 업무로 약 7년, 인간의 시간으로 따지면 약 50여 년을 보내다가, 다시 탐지견 훈련센터로 ‘은퇴견’으로서 돌아오게 되는데요. 그들의 은퇴 과정은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노후나 건강상의 이유로 탐지 능력이 저하되어 더 이상 마약 탐지견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기 힘들어지면 은퇴 및 교체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때 은퇴견들은 탐지견 훈련센터에서 다시 사회화훈련을 거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새로운 가족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관세청에서는 매년 탐지 은퇴견들의 입양 공고를 올려 아이들이 은퇴 후에도 남은 생을 잘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들은 은퇴 후 입양되더라도 반려견으로 살아갈 남은 삶이 그렇게 길지는 않습니다. 현역 당시 근육 사용량이 많아 은퇴 후 급격히 근육이 퇴화하기도 하여 전문가들을 통해 생활 습관과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입양환경에 순조롭게 적응하기 위하여 친화 훈련 및 기초 예절 훈련을 받으며 견생 2막을 위한 준비를 합니다.

마약 탐지견 2022년도 입양 공고 이미지

2011년부터 인천공항에서 마약 탐지 업무를 수행하고 2017년, 8살의 나이로 은퇴한 은퇴견 ‘누리’의 전(前) 핸들러이자 현(現) 보호자인 박 씨의 말씀에 의하면, 은퇴한 마약 탐지견들도 여느 반려견들과 다름없이 사람과 발맞춰 걷고, 교감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고 합니다. 또한 탐지견들은 어렸을 때부터 각종 훈련을 받은 덕에 반려견으로서도 우등생이 따로 없다네요. 누리와 수년간 파트너로 함께 해온 박 씨는 누리가 다른 강아지들과는 다른 인생을 살았기 때문에 보통의 반려견다운 삶을 살도록 해주고 싶어 함께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누리는 현재 새 보금자리에서 부부의 소중한 자식으로, 또 세 아이들의 가장 친한 친구로 살아가며 새로운 삶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누리와 같이 은퇴 후 반려견으로서의 새로운 출발을 준비 중인 은퇴견들은 모두 마약 탐지견으로서 훌륭히 임무를 마친 의젓하고 고마운 아이들로, 남은 견생을 함께할 좋은 보호자를 만날 자격이 충분합니다. 생의 절반을 우리나라를 위해 봉사한 마약 탐지 은퇴견들의 헌신에 감사하며, 이들의 입양에 한 번 관심 가져보고, 이들이 새 보호자와 편안한 보금자리를 하루빨리 찾을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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